수입농산물을 선물이라고 보내 농민을 두 번 울린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 차려라!
윤석열 대통령이 행정안전부를 통해 전달한 연말 선물세트가 수입농산물 가공식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만 수입농산물을 쓴 것이 아니라 내용물 전부가 수입산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선물세트를 농민들에게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일부러 농민 열 받게 하려고 선물 보낸 것이냐’는 농민의 질문에 쓴웃음을 감출 수 없다.
농민들은 올 한 해를 버겁게 보내고 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지금까지도 농촌에는 한숨만이 가득하다. 농자재값, 인건비, 기름값은 폭등하고 쌀값과 채소값은 폭락한 데다, 연말 농자재값과 대출금 상환시기가 다가오며 농민들이 어느 때보다도 막막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대통령이 보낸 선물세트가 수입농산물이라는 것은 황당하기만 하다. 올 한 해 농민들이 겪었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웠던 일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렇게 혼란한 정신의 인물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농업을 대하는 철학부터 글러 먹었기 때문에, 농정의 방향부터 글러 먹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식량이야 어디서든 사오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철학, ‘우리 농업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고 공산품 팔아 돈만 벌면 된다’는 수준 낮은 농정의 방향이 선물 하나에서까지 드러난 것이다. 자국 농업을 보호하는 세계의 흐름은 역행하면서 말로만 식량위기를 떠들어대고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사료 포함 식량자급률 20%, 그나마도 쌀을 제외하면 5.4%로 추락해버리는 농산물 수입국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언제든 식량이든 사료든 공급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신감이 아니라 망상이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을 대하는 철학과 농정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식량은 자동차나 핸드폰이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대통령은 이번 일에 대해 발뺌하지 말고 스스로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라. 그리고 비슷한 일조차 재발하지 않도록 농업과 농촌, 농민에 대한 철학을 처음부터 다시 수립하라. 국회에 상정될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이 기회에 전면개정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 정부와 대통령이 더는 농민을 기만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년 12월 19일
전국농민회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