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출범선언문
2014년 올 해는 갑오농민혁명 이갑자가 되는 해이다. 또한 이 십여 년을 끌어 온 쌀 전면개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해이다. 육십갑자가 돌고 돌아서 다시 한 번 우리 농업의 주요한 방향을 결정할 대결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와 외세로부터 민족자존을 세우고자 했던 120년 전의 농민군과 현재의 식량주권을 지키고자하는 농민운동의 모습은 외양은 바뀌었을지 모르나 그 본질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다시 한 번 결기를 세우는 마음으로 농민운동의 새장을 열기위해 ‘농민의 길’을 창립한다. 우리는 지난 시기 농업의 의제를 단순히 농민만의 문제로 한정해왔던 과오와,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직된 생산의 문제와, 무수한 개방화의 논리가 농민과 도시민을 갈라놓는 천박한 자본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하는 몇 가지의 지점에 반성을 하며 ‘국민과 함께하는’이란 슬로건을 달았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지나온 농민운동의 길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희망을 향한 전진을 위한 약속이다.
농업은 나라의 근본이며, 생명의 보고이며, 경쟁이나 비교의 대상이 절대 될 수 없다. 농업은 농업 그 자체이며, 농민은 생명지기다. 그러나 이 땅의 매농노들은 경쟁력이란 날강도 같은 단어를 내세워 오로지 농업을 망하게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개방농정도 모자라 마지막 남은 쌀마저 개방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그 동안의 개방농정이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왔는지, 나라가 그 만큼 국격이 높아지고 함께 가고자 했던 장미빛 미래의 모습에 이 땅 서민들도 함께 그 자리에 서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평가도 없이 오로지 그 길만이 답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농업, 농민은 손해 봐도 되고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그렇게 행복해졌냐고. 국격이 올라갔고 잘살게 되었느냐고.
권력이 말한 허무맹랑한 미사여구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남은 것은 성장과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구호, 그리고 백척간두 위에 서 있는 농민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의 개방농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모든 개방농정의 역사를 되 짚고 새로운 농정의 역사를 쓸 것을 요구한다. 그 길이 ‘농민의 길’이 갈 길이며 오늘 우리는 그 역사를 쓰기 위해 모인 것이다.
농민운동이 걸어온 40여년의 길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었다. 오늘 창립하는 농민의 길 또한 가야할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 순간의 주저도 망설임도 없이 그 길로 우직한 황소의 걸음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 길이 역사의 길이며 정의의 길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농민의 길은 출범을 선언하며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우리는 기필코 정부의 쌀전면 개방을 막아내고 한중FTA를 저지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손잡고 식량주권의 시대, 농업과 농민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4년 9월 18일
농민의 길 출범식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