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농산물가격만 때려잡는 무의미한 물가정책 중단하라!
- 출하기 앞두고 정부 ‘먹거리 물가 안정’ 조치 발표, 농민소득 감소·생산기반 붕괴 우려
- 물가지수 중 농산물 비중 미미, 물가는 못 잡고 농민만 희생시키는 물가정책은 중단되어야
오곡백과가 물드는 가을이다. ‘부지깽이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고 할 만큼, 농촌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수확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기이다. 그러나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힘을 빼놓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물가를 핑계로 농산물가격을 낮추는 데 혈안이 된 윤석열정권 때문이다.
지난 17일 진행되었던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 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또다시 ‘먹거리 물가 안정’을 첫 번째 목표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에 따라 망고 등 수입과일에 할당관세(TRQ)를 추진하고, 배추·대파·사과 등 12개 농산물과 쌀 신곡 할인판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2일에는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배추 비축물량 방출을 결정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가격을 낮춰 물가폭등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기만적 조치이다.
그 의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발표의 시점이다. 정부 조치에 해당하는 품목들은 현재 수확과 출하를 앞두고 있다. 농민들이 한 해 동안 뼈 빠지게 농사지은 농산물들의 가격이 결정되는 중요한 때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할당관세, 할인판매, 비축물량 방출 등의 조치는 농산물가격을 폭락시킬 것이다. 이미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농업소득도 여기서 더 추락하게 되고, 안 그래도 불안정한 국내 생산기반 역시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다.
농산물이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의 품목별 가중치를 보면 주식인 쌀조차도 400여 개 품목 중 39위에 불과하며, 이는 외식커피, 빵보다도 낮은 순위이다. 이번에 할인하겠다고 발표한 12개 품목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다수 품목의 가중치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놀이시설 이용료의 가중치가 1.4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품목들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미미한지 알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전월세 등 주거비와 공공요금, 유류비 등이다. 진짜 물가를 잡으려면 집값을 잡고, 냉난방비를 잡고, 기름값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채 농산물가격만 낮추는 정책으로는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농민들의 소득만 감소시킬 뿐이다. TRQ 수입 무차별적 남용, 양곡관리법 개정 거부권 행사, 생산비폭등 무대책 일관 등 계속해서 이어져 온 윤석열정권의 농업파괴 농민말살정책의 연장선에 불과한 것이다. 농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무의미한 물가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23년 10월 25일
전국농민회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