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기후위기 시대,
국가가 책임지고 농업재해 근본대책 마련하라!
종잡기 어려운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아직 쌀쌀해야 할 3월에는 이른 고온현상으로 반팔을 꺼내 입게 하더니, 봄기운이 완연할 4월 말에는 느닷없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겨울옷을 꺼내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단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년과 다른 기후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특별할 일이 없는 ‘기후위기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상기후를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농민들이다. 농민들에게 모든 기상현상은 한 해 농사의 작황, 그리고 농가의 소득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더위도 추위도, 햇살도 구름도 비도, 농민들은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버린 기후위기 시대는 농민들에게 그 누구보다도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다.
올해의 이상기후도 마찬가지였다. 3월의 이상고온으로 여느 해보다 일찍 피었던 꽃들은 4월의 이상저온으로 고사해버렸다. 전국의 과수농가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사과, 배, 자두, 포도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과수의 피해율은 예년의 80~90%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2~3년 생계가 막막할 정도의 피해를 입은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재해도 문제지만 앞으로도 문제이다. 올여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장마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길어지면 벼가 충분히 여물지 못해 쌀 생산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2020년에도 54일간 지속된 장마로 인해 쌀 생산량이 급감한 바 있다. 전국의 쌀 생산농가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업은 국가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반복되는 이상기후현상이 그 기반을 흔들고 있다면 그것을 막아내는 것은 국가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농업재해 대책은 대부분 민간의 보험에 맡겨져 있고, 이마저도 피해산정과 보상기준을 이해하기 힘들 지경이다. 지난해 제주에서 저온현상으로 월동무가 냉해피해를 입었는데, 보상은 언 부분에 대해서만 비율을 따져 이루어졌다. 월동무는 일부만 얼더라도 상품가치를 모두 잃어버리는데,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결국 농민들은 그 영향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그리고 더 견디지 못하고 농업을 포기하고 있다. 농업재해 문제를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농민들이 재해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가 농업재해보상법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2023년 5월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