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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충남 보령에 사는 농민 전용철 씨는


까마득한 슬픔 다 견디지 못하여 당신의 형님 자꾸 가슴을 치는데
아득한 눈물 다 마르지 못하여 당신의 누이와 동생 자꾸 쓰러지는데
밝을수록 꺼지는 눈물의 대지에서 당신의 농사형제들 자꾸 우는데
전용철 열사여. 치솟는 그리움으로 당신을 부르는데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거기
세상 모든 생명이 시작되는 곳, 바로 거기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바람과 물을 따르고 다스려
기어이 한 톨의 씨앗을 천 배 만 배로 수확하여
빈 밥상에 기름진 밥을 주고 맨 입에 고마운 찬을 나눠주는 곳
거짓말처럼 세상을 모두 먹여 살리는 거기
땀으로 범벅을 하고 당신은 거기 있었습니다.


당신은 거기
사람 살리는 투쟁이 시작되는 곳, 바로 거기 있었습니다.
펄펄 끓는 가슴들을 따르고 이끌어
농민의 땅과 집과 민중의 밥과 찬을 사수하는 투쟁
농업의 대를 이어 민족의 대를 이어가는 투쟁
거짓말처럼 방패와 곤봉으로 사람을 내리찍는 거기
피멍으로 범벅을 하고 당신은 거기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충남 보령에 사는
농민 전용철 씨는
11월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옷이 다 찢기고 온 몸에 피멍이 들어 기절한 후
간신히 버스에 오른 다음 의자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 후
11월 16일
너무 어지럽다, 너무 어지럽다, 음식을 모두 토한 후
아니야, 이러다 괜찮을 거야, 다시 눈을 감은 후
11월 17일
반쯤 기울어진 몸으로 침을 흘리며 발견 된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 판정을 받은 후
두 차례 뇌수술을 거치며 7일 동안 사경을 헤맨 후
11월 24일 사망했습니다.


충남 보령에 사는
농민 전용철 씨는
집에서 혼자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 뒤쪽에 손상을 입고
뇌출혈,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믿느니 차라리
1960년 4월 눈에 최루탄을 박고 마산 앞 바다에 떠오른
김주열을 향해
빨갱이들의 소행이다, 그 발표를 믿겠습니다.


충남 보령에 사는
농민 전용철 씨는
온 몸에 피멍이 감기고 피부도 떨어져나갔는데
이는 병원의 치료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는
경찰의 발표를 믿느니 차라리
1987년 1월 물 고문 전기 고문으로 죽고 또 죽은
박종철을 향해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그 발표를 믿겠습니다.


전용철이 마지막 숨을 거둔 것은 24일 오전이지만
터진 피가 그의 머리 속을 완전히 채운 것은 24일 오전이지만
그의 머리가 깨진 것은
그의 머리 속에서 피가 터지기 시작한 것은
15일 저녁입니다.


서울 경찰청 1001 기동대가
방패를 칼처럼
사람들의 목을 치고
곤봉을 도끼처럼
사람들의 허리를 찍던
15일 저녁입니다.


15일 저녁
제주도 농민들에게
시체처럼 들려 무대 뒤로 옮겨질 때
15일 저녁
보령 가는 버스에서
경찰에게 맞으니 별이 핑핑 돌더라, 할 때
터진 피는 벌써 전용철의 머리를
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정부는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직
용서를 구하지 않습니다. 아직
시인도 하지 않습니다.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그 후 무려 9일이 지난 후 죽었으니
사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농민대회 참가 후 9일이나 지나서 죽었으니
농민대회에서 경찰에게 죽도록 맞은 후 9일이나 지나서 죽었으니
경찰이 죽인 것입니다.


지금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냐 흥분하지 맙시다.
지금은 그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 아니냐 놀라지 맙시다.


짐승을 물어 죽이는
사냥개가 오늘도 내일도 살아있어야
사냥꾼도 오늘과 내일을 사는 것입니다.
전용철을 죽인 경찰이 죄를 받으면
내일은 또 무엇으로 다른
전용철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이라고 뭐 좋아서 저러나?
강하고 약한데 어쩌겠어?
미국사람들 말 안 듣고 살 수 있어?
정말입니까?
이라크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아이엠에프 또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으니
노무현은 정말 불쌍합니까?
아닙니다.
눈물 흘리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으니
자기 혼자 살기 위하여 온 민중을 죽이니
자기 집단 살기 위하여 온 나라를 죽이니
그는 불쌍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불쌍하지 않습니다.
오직 심판 받아야 합니다.
오직 심판 받아야 합니다.


노동자 농민을 때려죽이지 않으면
저 거대한 착취의 빨대를
지탱 할 수 없는 시대
노동자 농민을 때려 죽여서라도
착취의 빨대를 더 깊게 박는 시대
그것을 신자유주의 세계화라 중얼거리는
미국말로 중얼거리는
노무현과 그의 개혁동지들의 시대
그들보다 더 정권다운 한나라당의 시대를
갈아엎어야, 확 갈아엎어야
더 이상 죽지 않는다.
미국 놈들을 쓸어버려야, 확 쓸어버려야
더 이상 죽지 않는다.
충남 보령에 사는
농민 전용철 씨는
지금 여기
시퍼렇게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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