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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생존권, 이렇게 홀대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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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월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대해 지상파 3사 방송보도들은 농민들의 폭력성만 부각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또 농민들이 왜 '쌀협상 국회비준동의안 처리 연기'를 주장하는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애초 농민들은 국회 앞 진출을 시도하다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자 여의도공원에 집결해 집회를 연 후, 해산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이 계속되자 여기에 분노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전경버스가 타는 등 격렬한 양상을 띄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3사는 이날 농민대회를 '농민과 경찰의 격한 충돌'로 접근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과 폭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소한의 균형성조차 상실한 채 사태의 책임이 농민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특히 SBS는 <1백여명 부상>과 <불타는 농심> 2건의 보도에서 "전경 버스 한 대와 경찰 승합차 두 대가 불타고 농민과 전경 양측에서 백여명이 다치면서 시위는 과격해졌다", "흥분한 농민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충돌", "경찰을 향해 소주병과 돌이 날아든다", "농민들은 LP 가스통에 불을 붙여 경찰을 밀어붙였다"는 등의 멘트와 함께 불에 탄 전경버스, 몽둥이를 휘두르며 경찰을 때리는 농민들의 모습, 농민들이 경찰차 유리창을 부수는 모습 등 농민들의 폭력시위 장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MBC도 <백여명 부상>에서 "물대포를 쏘아보지만 성난 농심을 막기에는 역부족", "시간이 갈수록 농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농민들은 가스통에 불을 붙이는 등 격렬히 저항했고 경찰은 날이 어두워지도록 시위를 진압하지 못했다"며 화면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가스통을 굴리는 농민의 모습 등을 더 많은 비중으로 보여줬다.
그나마 KBS가 <농민·경찰 충돌>에서 "경찰은 살수차까지 동원해 농민들의 행진을 막아섰다", "경고 방송이 나오고 잠시 뒤, 경찰의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평화롭게 진행되던 가두행진은 순식간에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며 이날 사태에 경찰의 과잉진압이 일부 책임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는데 그쳤다.
당시 현장을 담은 인터넷매체들의 동영상을 보면 10여명의 경찰들이 한명의 농민을 에워싸고 집단구타하거나, 부상을 입고 거리에 쓰러진 농민에게 또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들 매체는 "참혹한 유혈사태…농민대회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찰의 과잉진압에 맞선 농민들의 저항으로 소요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코리아포커스), "경찰들은 '맘놓고 조져, 죽여버려' 등의 지휘간부의 쉰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괴성을 지르며 진압에 나서…분위기만으로도 '야만' 그 자체였던 것"(민중의소리), "경찰 여의도공원 기습점령, 농민들 재집결 도중 밀려나…경찰의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오마이뉴스) 등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했다.
하지만 방송3사의 보도에서는 이 같은 지적을 찾을 수 없었다. 방송은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방송3사가 이런 문제에 침묵한 채 폭력사태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는 것은 공정한 보도행태가 아니다.

한편 방송3사들은 관련 보도에서 왜 농민들이 시위에 나섰는지,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SBS는 이날 2건의 보도에서 단 한 차례 농민 인터뷰도 싣지 않았다. 그저 앵커와 기자가 한 차례씩 "쌀 협상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한 전국 농민대회", "농민들은 쌀협상 국회 비준을 중지하고 농민과 국회, 정부가 3자 협의기구를 구성하자는 등 열개 항의 요구안을 발표"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KBS도 집회상황을 보도하며 '우리 농촌을 살리자'는 한 농민의 고함소리를 한 차례 전했을 뿐 구체적인 농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집회에 참석한 농민과의 현장 인터뷰를 실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농약값 오르지, 비료값 오르지, 누구 말처럼 쌀값은 폭락하지 농민들은 어떻게 사나?", "살 길이 없다고... 농민들 다 죽게 생겼어" 등 농민들의 주장을 전하는 한편, "농민들은 쌀자급률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농가보조금을 확대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며 농민들의 요구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도 이어진 관련보도 <약속 못지킨다>에서 "이제 비준안을 처리한다 해도 우리나라는 문제를 안게 된다"며 "국회 통과가 늦어져서 협상국들과의 약속 지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최소 3개월이 걸리는 외국쌀 수입절차를 감안하면 이번 회계 안에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올해 안에 쌀 수입은 불가능하다"며 "이 경우 합의를 어기는 셈이어서 신인도하락이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MBC의 이 같은 보도는 정부 측 논리만을 대변한 것이다. 농민단체를 비롯한 많은 통상전문가들은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의 법적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조차도 미국 등과 쌀협상을 마치고 WTO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국내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완료했다는 사실을 WTO에 통보하는 시점에서 국내적인 효력이 발생된다"고 발표했으며, WTO에서도 이를 인증했다. 설령 비준안 처리가 늦어져 올해 분 수입쌀을 모두 들여오지 못하더라도 '통상마찰'까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애초 우리나라가 1994년 쌀협상 당시 국내 쌀 소비량의 4%만큼 외국쌀을 의무수입하기로 해 어차피 4%는 비준여부와 관계없이 수입하도록 되어 있고, 이에 대한 국회 예산까지 모두 책정되어 있다. 지난 해 정부의 쌀협상에 의하면 올해 분 의무수입물량은 4.4%다. 따라서 0.4%만 더 수입하면 되는데, 비준이 늦어져 올해 안에 들여오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추가적으로 매입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회비준 지연을 이유로 기존의 4% 수입쌀 도입까지 미루면서 국회비준을 못해 수입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인 양 실상을 흐리고 있다. MBC 보도는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정부논리만 대변하며 국회비준을 압박하면서 농민들의 주장이 부당한 것인 양 몰아세운 셈이다.
이어진 <이 눈치 저 눈치>에서 MBC는 "정치권은 이 쌀협상 비준동의안을 놓고 이 눈치,저 눈치 보면서 갈지자 행보를 해왔다"며 "국익을 앞세워 신속한 비준을 요구한 정부와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반대에 나선 농민 사이에서 눈치만 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MBC의 보도는 민주노동당이 쌀협상 비준을 반대해 왔다는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또 열린우리당이 비준안 처리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확한 비판이 아니다.
한편 KBS는 이번 농민시위의 근본원인인 '쌀협상 국회동의안 비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APEC 기간 중 비준안 처리에 반대함으로써 내일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고, SBS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

지금 농민들의 처지는 절박하다. 추곡수매 폐지로 쌀값은 폭락하고, 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되어 값싼 외국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농민들은 쌀협상 결과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함께 농업의 지속적인 유지발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세워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 이번 집회에서는 '농민단체-국회-정부 3자간 협의기구' 조성,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쌀소득보전직불제의 전면 개편 등 10가지의 구체적 요구사항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민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쌀협상 국회동의안 비준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방송3사는 그동안 진행되었던 쌀협상 과정에서 농민들의 주장이나 목소리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정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해 왔다. 오죽하면 농민단체가 방송사의 사장 및 보도국장을 만나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절박한 호소까지 했겠는가.
평소 방송은 농민들이나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주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언로조차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알리기 위해 시위에 나서고 경찰은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폭력'에 초점을 맞추어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방송3사는 농민들의 폭력성을 부각하기에 앞서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기까지 농민들의 주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데 대해 먼저 농민들에게 사과부터 하고 보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11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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