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주년 농민선언문

20주년 농민선언문

P9309720.jpg

 

1990년 4월 24일.

‘척양척왜’ ‘보국안민’ ‘제폭구민’ 기치를 들고 일어선 갑오농민군의 정신을 계승하고, 이 땅의 자주와 민주, 통일이 실현되는 농민세상을 건설하기위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결성되었다.

 

해방이후 미국의 잉여농산물 원조는 한국농업의 쇠락과 종속경제의 시작이 되었다. 또한 조국의 분단은 한반도에서 자급자족의 농업발전을 가로막았으며, 북녘에는 경제봉쇄, 남녘에는 수입개방 확대와 농업구조조정 가속화라는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WTO와 FTA 등을 통해 초국적 농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 농민들은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아래 대다수 중‧소농들의 탈농이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농촌은 생기를 잃어버린 외로운 곳이 되어버렸다. 아니 초 고령화와 후계인력 부족에 따라 고사의 위기에 처해져있다. 또한 식량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 농촌공동체, 전통문화, 환경생태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가치는 상실되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0년 세월동안 지난한 투쟁을 전개해왔으며 그 많은 투쟁의 과정에서 농민들이 죽음으로 저항했고, 권력의 폭력에 의해 두 동지가 쓰러져 가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국농민회총연맹 20년의 역사는 한국농업과 농민들의 생존을 부여잡기 위한 피와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투쟁의 역사였다.

 

농업적 현실이 매우 엄혹함에도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업·농촌 문제해결과 함께 사회민주화와 분단극복을 위한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농업‧농촌의 근본적 문제해결이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위한 전 민중의 연대와 남북농민교류협력을 통한 통일운동에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

 

20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성과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세월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20년 역사에서 고사되어가는 한국 농업·농촌을 회생시키기 위한 투쟁과 활동에서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농업의 근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농업·농촌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한 대안수립과 적극적 실천의 부재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민대중과 국민 속에 굳건히 자리 잡아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조직으로 바로서지 못하고 정체되는 핵심원인이다.

 

전 세계는 지금 이상기후와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개발로 인해 식량위기라는 위협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식량주권을 온전히 실현시키기 위한 희망의 대안을 제시하여 300만 농민의 힘을 결집시키고 농업·농촌을 회생시켜야하는 역사적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0년 역사를 평가하고 새로운 20년, 희망의 농민운동을 개척하기 위해 식량주권 실현을 전면화할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기능 확대와 통일농업이 담보되는 식량주권 실현이 우리가 열어갈 길

농업 ․ 농촌의 다원적 기능은 농업·농촌의 핵심가치의 하나로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환경농업을 통해 지역 생산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전통문화와 공동체가 살아있는 농업·농촌을 만드는데 매진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통일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교류사업과 더불어 사회, 경제적 기반과 체계를 마련하는 것에 조직적 힘을 다할 것이다. 이를 통해 1차 적으로 남북이 농업생산 및 농업관련 산업에서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상호보완의 농업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는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과 투쟁에 최선을 다한다.

 

첫째, 무분별한 농축산물 수입개방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둘째, 식량자급률목표의 상향조정과 법제화를 추진한다.

셋째, 농지·종자 등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 농민적 소유이거나 국가가 관리 하고 농민이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넷째, 농촌사회 가부장적 봉건잔재를 일소하고 여성농민의 권리보장을 실현한다.

다섯째, 가공·유통 등에 농민들의 참여가 자유롭게 보장되는 농민적 가공과 유통 체계로 개편한다.

여섯째, 농민을 위한 농협개혁을 완수한다.

일곱째, 남북공동식량계획 및 공동농업정책을 추진한다.

여덟째, 환경정책과 농업정책의 연계로 농민 생산 활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생활과 생산과 투쟁의 공동체가 실현되는 농민대중조직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농민운동의 조직력 약화를 극복하고 농민정치역량을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한국사회 변화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활과 생산, 그리고 투쟁의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농업과 지역정치의 주인에서 한국사회의 주인으로 당당히 나설 것이다.

 

희망의 농민운동을 개척할 농민운동 조직과제의 핵심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300만 농민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앙집중형 수직적 조직체계를 지역조직과 작목조직이 연계되는 광범위한 농민대중 조직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재조직화해 나갈 것이다. 이로써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지탱해온 지역조직중심의 활동에 더해 작목조직까지 아우르는 생활과 생산, 투쟁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정치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간부활동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실천이 선행되어야한다. 그 실천의 핵심과제는 전 회원에 대한 조직교육 사업이다. 농업가치에 대한 인식을 넓혀 냄과 동시에 사회변혁의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교육사업을 전면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다. 아울러 지역에서부터 농민이 단결하고 전국화 시켜 내고 강위력한 전국단일 농민연대체를 건설하여 대정부교섭력을 높여 냄과 동시에 농민들의 정치적 진출을 확대시킬 것이다.

 

농업‧농촌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집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진보정당의 강화발전에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역사의 후퇴가 민중들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내는 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 진보진영 대단결과 폭넓은 연대로 뒷걸음질 치는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다. 2012년은 사회의 일보전진을 위한 중요한 정치적 길목이다. 2012년 승리는 대단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진보진영의 대단결과 폭넓은 연대를 통한 정치적 승리를 위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다. 지역에서부터 노동, 빈민, 여성, 청년, 시민단체의 연대·연합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2012년 승리를 교두보로 자주적민주정부를 실현하고 농민세상을 만들어가자.

 

이제 망설이고 주저할 여유가 없다. 역대 권력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농업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농민들의 분열을 무기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300만 농민들의 삶은 피폐화되었으며 농업은 천덕꾸러기가 되어갔다. 비록 농업현실은 어려운 조건이지만 ‘농업발전 없이 사회 발전이 없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다. 그 진실을 믿고 농민들이 계급적 이해로 똘똘뭉쳐 농민대중이 사회변화에 당당하게 나서게 할 것이다.

 

국민과 함께 식량주권 시대를 만들어 가자.

오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300만 농민대중의 뜻을 모아 식량주권 실현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농민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참여와 지지 없이는 선언의 구체적 과제를 실현할 수 없다. 식량주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실현방도를 정책화 할 수 있도록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사회협약’에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한다. 식량주권실현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첫 출발로 ‘지역먹거리운동’에 농민과 소비자가 적극 나서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새로운 도약의 기초는 그간의 부족함을 극복하고 전농이 선언한 내용을 새로운 농업‧농촌의 가치로 정립하여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 길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오늘 전국농민회총연맹 창립 20주년 기념식이 그 시작이다. 한 사람이 열사람이 되고 열사람이 백 사람이 되어 어려움과 난관을 뚫고 나가자. 여기 이 역사적인 자리에 모인 우리가 희망의 농민운동을 개척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인임을 선포하자.

 

2010년 9월 30일

전 국 농 민 회 총 연 맹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