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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선언문

창립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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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국 7백만 농민을 대표하여 오늘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창립되었음을 엄숙히 선언한다. 이제 농민조직은 하나이다. 전국의 모든 군농민조직이 전국농민회총연맹의 깃발로 강고하게 결합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떨쳐 일어선 갑오농민전쟁 이후, 일제식민지와 미군정기 그리고 군사독재하에서 농민운동은 그야말로 피어린 항쟁의 역사였다. 일 백년 농민운동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오늘의 뜻깊고 힘찬 전농의 출발은 분명 이 땅의 모든 농민에게 가슴 벅찬 희망의 내일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동안 전국조직의 형태를 갖춘 여러 농민단체들은 각기 공동의 연대와 투쟁을 성실하게 실천해 왔었다. 그러나 조직적으로 상호 분립되어 있어 농민운동의 역량손실을 초래하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러한 잘못을 극복하고 1군 1농민회로 모든 군농민 조직이 새롭게 건설되고 전국적 단결을 이뤄낸 것이다. 이것은 지난 88년의 연인원 20만명 이상이 동원된 고추, 수세투쟁이라 불리운 농민대투쟁과 그 결집점인 지난해의 2.13여의도 농민대회와 쌀값투쟁을 통하여 농민운동의 자주대중성과 투쟁성 그리고 통일성을 이루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군, 면, 마을에 이르기까지 일사분란한 조직체계를 갖고 농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제권리를 쟁취해 나갈 것이다.

 

역사는 땀흘려 일하는 생산노동으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역사를 발전시키는 노동자와 농민을 포함한 근로대중이 사회의 주인으로 되어야 한다. 농민은 사회발전의 주체로서 부지런히 식량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근로대중으로서 가져야할 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항상 멸시와 천대를 받아왔다. 그것을 현 지배세력이 민중에 기반하지 못하고 자본가와 외세에 기반한 군부독재이기 때문이다. 저들은 법과 제도 그리고 경찰과 군대, 온갖 행정력을 다 동원하여 농민이 이 사회의 주인으로 나서는 것을 악랄하게 탄압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노동자와 농민을 포함한 근로대중이 이 사회의 주인으로 나서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특히 반민중적, 반민주적, 반민족적 지배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동자를 비롯한 제 민주세력과 굳게 연대할 것이다. 독점자본이라는 괴물이 이 나라를 집어삼킨 이후, 60-70년대 우리 농민들은 보다 많은 식량을 생산하도록 강요받았다. 새마을노래가 마을 벌판에 울려 퍼지고 지배자들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환상으로 농민을 기만하였다. 농민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즉 독점자본과 박정희정권은 농민희생의 바탕위에서 공업화위주의 고도성장이라는 허울을 쓰고 농업생산증대를 통하여 농민을 수탈해갔던 것이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와서는 해방이후 미국 잉여농산물로 시작된 미국의 식민지적 침탈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전두환정권은 이른바 개방농정, 복합영농이란 이름아래 쇠고기와 양담배를 비롯한 모든 농축산물을 수입개방하였고 따라서 민족생존의 뿌리인 농업의 기반이 급속히 파괴되어갔다. 농산물수입개방은 저농산물가격을 실현하여 내외독점자본의 농민수탈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정책임에 다름 아니었다. 고추파동으로 농민들이 고추를 불지르고 내다 버리는 상황에서도 재벌들은 고추장 수입으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와 민중기본권을 무참히 짓밟고 일당독재의 영구집권을 획책하던 노태우정권은 민자당을 만들자마자 이른바 농업구조 조정정책이라는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입법화하여 내외독점자본을 위한 농민축출 농업파괴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즉, 일년에 백만 이상의 농민을 탈농시키겠다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농민말살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농산물수입의 전면 자유화를 전제로 미국과 독점자본이 더욱더 농민을 수탈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인 것이다.

 

 보라! 이제까지 농민은 희생만을 강요받아왔으며 지배세력의 농업정책은 나라와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망치고 농민의 피땀을 빼앗아가기 위한 정책이었다. 따라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 나라의 농업과 농민을 살리기 위해 진실로 농민을 위한 농업정책이 실현되도록 모든 조직적 힘을 기울일 것이다. 

 

 도시의 빌딩과자동차가 많아질수록 농민은 점점 더 생활이 쪼들리고 빚만 늘어간다. 무엇 하나 지어볼 작목이 없다. 지금은 농업, 농민의 전면적 위기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이 나라의 농업은 무너진 지 오래고 농민의 삶은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계속되는 고통과 설움과 회한의 나날들을 어찌 더 참고 견딜 수 있겠는가! 우리 농민들도 내 땅에서 마음 놓고 농사짓고, 땀 흘린 노동의 대가가 보장되고, 지긋지긋한 외국농산물수입이 저지되고, 장가 못가 자살하는 일없고, 부채에 시달리지 않고 아파도 병원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식교육에 아무런 걱정 없고, 문화생활도 남부럽지 않게 누리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앞으로의 생활을 우리 농민들은 주체적인 힘으로 쟁취해야만 한다.

 

이제 전국의 모든 농민이 단결할 투쟁의 무기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진군을 시작했다. 빈소농을 중심으로 전 농민이 단결하여 요구하고 거부하며, 투쟁하고 쟁취하는 바로 7백만 농민이 의지하고 기쁨으로 참여하는 우리의 조직이 전농인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민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자발적인 농민의 참여 속에 전체 농민의 이익을 위해 모든 사업을 실천함으로써 농민의생활을 향상시키는 생동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것이다. 아울러 생산과 판매와 협동을 통하여 농민의 단결과 이익을 도모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농민들은 아무런 정치적 자유 없이 노예로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자본가와 외세 그리고 군부독재세력이 묶어놓은 노예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자유롭고 행복한 내일을 향해 투쟁의 진군을 시작한다. 보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 깃발이 전국의 모든 마을 마을마다 휘날리고 있지 않은가! 농민의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과 이 나라의 민주화와 평등한 사회건설을 위해 전농으로 우리의 모든 힘을 모으자. 그리하여 위대한 농민해방과 민중승리의 그날까지 힘차게 싸워나가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만세!

농민해방 만세!

1990. 4. 24. 전국농민회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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