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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투쟁의 세 가지 원칙을 생각해 보며>>

○ 들어가며

이제 올 것이 왔다. 정부의 공식입장과 일정은 대체로 밝혀진 것 같다. 이제 우리 농민들이 정부의 협상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정부의 일정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정부의 쌀 재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 언론에 따르면 정부가 11월 15일, 소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 형식으로 정부의 최종안을 발표하고 11월말까지 최종결정하여 12월초에 WTO에 제출하겠다고 보도하고 있다.


□ 정부의 협상안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할 것인가?

정부의 협상안을 살펴보면 의무 도입량 9%에 관세화유예 10년(안)이라고 하고 수입쌀의 소비자 직판부분은 언론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분명하지 않다.

▶우선 9%의 의무 도입량 물량은 그동안 정부나 농촌경제연구원이 얘기하듯 8%이상이면 관세화개방만 못하다고 스스로 떠들어온 것만 봐도 최악의 협상안은 분명하다.

▶수입쌀 의무 도입량 4%만 들어온 지금도 창고마다 수입쌀이 가득한 상황이라 수입쌀이 늘어날 경우 재고는 급증하고 소비자 판매를 통해 그 재고를 해소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 쌀 산업을 파국으로 몰고 가리란 것은 자명하다.

▶언론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수입쌀의 소비자 직접 판매 혹은 민간유통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 하더라도 막상 시중에 풀린 쌀이 허용범위 안의 쌀인지 불법유통의 쌀인지 구분하여 알 길이 없다.
지금도 평택항 근처에는 중국 보따리 상인들의 수입쌀을 쉽게 구하고 미군 기지를 통해 칼로스 쌀이 흘러 다니는데, 소비자 시판이 허용되면 수입쌀의 불법 유통은 막을 길이 없다. 수입쌀에 관세가 붙지 않으면 막대한 차액이 생기는 이상 불법유통은 그만큼 기승을 부릴 것이다.

▶ 대만의 경우 , 수입쌀의 민간유통을 의무도입물량의 35%를 허용하였다. 그러자 급격하게 쌀값이 폭락하여 WTO에 위배됨에도 쌀의 전량수매를 단행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대만에서 재미를 본 미국이 한국에서도 어떻게든지 소비자 직접 판매를 이끌어 내려고 하고 있고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 쌀투쟁의 첫번재 원칙은 쌀 개방 반대 입장에 대한 것이다.

쌀은 민족의 생명이며 주권이다. 쌀은 작게는 농민의 생존의 문제지만 크게는 민족의 자주권의 문제임을 우리는 분명히 안다. 그리고 쌀은 우리민족의 통일의 담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쌀을 지킴에 있어 경제적인 관점으로 농민에게 보상만 준다면 쌀 개방도 괜찮다는 학자들의 경제적 관점을 배격한다.
94년 쌀의 의무 도입량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2003년 4%까지 그 량이 늘어나면서 쌀의 재고 증가로 곤욕을 치른 2000년 2001년의 쌀값폭락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의무 도입량 4.5%에서 시작해서 해마다 0.5%씩 늘어난다면 쌀산업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분명히 쌀 개방을 반대한다.
그것은 수입쌀 의무도입량이 4%를 넘어서가 아니다. 쌀과 농업 그리고 식량은 주권이며 교역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 농민들의 식량주권에 관한 원칙인 것이다. 한 시간에도 4천명씩 기아로 굶어죽는 지구인들을 보며 식량은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이라는 것을 이미 우리는 분명히 선언한바 있다.
비록 우리의 힘이 수입쌀을 전면적으로 막아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원칙을 흔드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프랑스 농민운동가 조세보베가 지난 9․10대회에 참석해서 언론에 남긴 말을 생각해 본다. ‘한국이 쌀 개방을 비록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항구에서 수입쌀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투쟁을 해야 된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의 맥도날드 매장을 트랙터로 밀어버린 사람이다. 그런 그의 정신이 오늘날 프랑스 농업을 지키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진행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들은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며 우리를 공격해 온다.
지난 94년 쌀개방이 관세화 유예, 의무도입량 4%가 국회에서 비준이 결정되고 나서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사실을 인정했다. WTO이행특별법을 만들어 보상을 해준다고 했고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WTO이행특별법은 시행령을 만들지 않아 아직도 국회창고에서 잠자고 있다.
우리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투쟁해야만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현실이라며 물러서기 시작하면 결국 우리 자리를 모두 내 주게 될 것이다. 우리의 쌀개방 반대는 우리의 힘이 강할 때 주장하고 약하면 거두어 들이는 우리의 입장이 아니다. 쌀개방 반대는 식량주권을 지키고자하는 우리 농민과 칠천만 겨레의 원칙인 것이다.

◆ ‘식량주권의 원칙’이
첫 번째 쌀 투쟁의 원칙이다.

식량자급률이 26.9%인 나라 ,쌀을 제외하고는 5%인 나라 , 전세계에서 식량자급률 꼴등을 다투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식량대란의 위기를 살아가면서 국민을 식량위기 민족 생존의 위기로 내몰 수는 없다.
아무리 잘난 경제학자가 나와도 식량이 주권이라는 우리의 원칙과 사상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며 WTO와 미국 보다 더한 놈이 나타난다하더라도 식량주권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개방론자나 개방대세론에 현혹된 국민들은 말한다. ‘경제와 무역을 위해 농업을 희생해야 하지 않느냐고’‘불가피한 선택아니냐고’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경제와 무역을 위해 농업을 희생하는 것을 넘어서서 식량주권마저 희생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되묻고자 한다. 전북 도연맹의 조사처럼 국민의 93%가 쌀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이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바보라서가 아니라 쌀은 식량주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사는 이상, 식량이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이상, 식량이 주권이라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이며 , 식량주권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의 공유만이 우리 승리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결국 쌀 투쟁은 사상전이며 여론전이다. 우리 농민들이 쌀은 주권이라 쌀 개방은 주권의 침탈이라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인식이 필요하며 국민들이 쌀은 주권이라 어떠한 경제적 문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인정하게 만들면 우리는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야말로 전 세계의 농민 운동가들도 경악하는 낮은 식량자급률이다. 이러한 개방농정에 의한 농업파탄 상황이야말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상전, 여론전에서 승리하면 정부가 물리력으로 당장에는 밀어붙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우리가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식량이 주권이라는 인식의 범국민적 확대는 농업을 지키고 살려야 하는 범국민적 공감대가 되어 농업회생의 일단계가 준비되는 계기로 된다.

우리 투쟁의 목표와 방향도 쌀이 주권이라는 인식의 확대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농민 활동가 자신이 인식하고 농민대중이 자신 있게 국민들에게 주장할 수 있으며 국민들이 우리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식량주권의 원칙을 얼마나 확고히 세우고 전파하느냐가 우리 투쟁의 목표이고 방향인 것이다. 쌀 개방에서 우리가 얼마나 밀렸느냐 혹은 개별적인 정부 대책이 무엇이냐 라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우리가 중심에 놓고 사고해야할 원칙인 것이다.


○ 따라서 식량주권을 침해하는
국민의 합의없는 쌀개방 밀실협상은 전면무효이다.

정부는 쌀개방 여부가 마치 농민의 살림살이와 농업문제에 국한되는 것처럼 일각에서 진행하고 농민에게 대책만 마련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쌀개방 문제는 쌀에 국한되고 농민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쌀개방 여부가 민족의 식량자급률과 식량주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정부는 쌀 협상 기간동안 농민과의 일체의 협의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식량주권의 위기와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에게 알리는 최소한의 의무조차 방기하였다. 농민에게는 대책을 세워준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식량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어느 국민이 ‘식량주권을 포기해도 좋다’ 라는 동의를 해주었는가.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민족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작금의 상황은 국민을 무시하고 식량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기에 전면 무효이다.

쌀 개방에 따른 피해를 감수할 사람도 국민이며, 그 피해를 극복할 사람도 국민이기 때문에 식량주권의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고 쌀의 개방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이러한 국민적 힘을 바탕으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야한다. 그것이 순서이며 정부의 도리이다.

○ 쌀투쟁의 두 번째 원칙은 투쟁을 함에 있어 잊지 말아야할 원칙에 대한 것이다.

투쟁을 전개함에 있어 두렵기도 하고 자신이 없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인 쌀 개방 반대투쟁을 승리할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을 함에 있어서도 원칙을 바로 세우고 그 원칙에 근거하여 힘이 강하나 약하나 흔들림 없이 나아갈 때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쌀 개방 반대에 대한 입장과 식량주권의 원칙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쌀 한가마당 17만원을 보장한다는 둥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그리고 농민들의 저항을 무산시킬 것이다. 그리고 위험한 투쟁의 시간이 지나면 WTO이행특별법처럼 껍데기만 있는 조치로 되고 만다. 정녕 정부에게 농업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수매제의 국회동의제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노무현은 자신이 약속했던 정부예산의 10%를 농업예산으로 하겠다는 약속도 2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업예산의 10%면 최소한 131조 이상이 되어야 하는 데 노무현은 119조를 가지고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치적처럼 자랑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이고 있다. 그들에 관심은 농민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막는데 있다는 본질을 바로 보고 있어야 한다.
쌀투쟁을 벌리는 과정에서의 원칙은 무엇인지 역사적 교훈이 잘 말해주고 있다.

○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는 그 교훈을 얻을 때까지 그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해 한․칠레 FTA 투쟁을 전개하며 지난 전농의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싸운 한해로 기록될 만큼 처절하게 싸웠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아쉽고 안타까운 싸움이었다. 우리는 왜 져야만 했던가? 첫 번째 교훈은 사상전에서 밀렸다. ‘경제를 위해 농업이 희생해야한다’는 잘못된 논리를 격파하지 못했다. 역사가 주는 두 번째 교훈은 ‘활동가들만의 투쟁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우리의 한계를 자각하는 투쟁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농민전체가 함께하는 투쟁을 꿈꾸고 나아가 국민과 더불어 함께하는 투쟁을 꿈꾸어 왔다.
그래서 지난 2002년 11월13일 12만이 결집한 전국농민대회 그리고 2004년 이십만이 참여한 농민투표와 15만이 91개 시군에서 진행한 9월10일 대회 등 농민들을 세우고 농민들과 함께 투쟁하고자 노력해 왔다.

우리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민을 믿고 의지하며 농민들을 궐기 시키고 농민들과 함께 싸워야만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범위한 농민의 동의를 구해야만 거센 농민의 물결을 만들 수 있고 거센 농민의 물결이 일어야만 민중이라는 큰 바다, 국민이라는 큰 동지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교훈은 미국이 배후에 있어 한․칠레 FTA를 배후 조정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들만 꺾으면 되는 줄 알았던 지난날의 교훈을 되새겨 쌀개방을 강요하고 강제하는 미국, 그리고 한․일 FTA와 한․미 FTA를 추진하는 미국의 본체를 자각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강도적 요구는 쌀개방에서 멈추지 않고 바로 한-일FTA와 한-미FTA, 한-호주 , 한-중, 한-멕시코등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내년 홍콩의 DDA로 이어지는 것을 바로보고 원칙적이고 완강하게 대항하여야 한다. 우리는 역사가 주는 세 가지 역사적 교훈을 깨달아야만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역사가 주는 교훈인 ‘농민과 더불어’ 라는 원칙을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자.
◆ ‘농민대중과 더불어’의 원칙이
두 번째 쌀투쟁의 원칙이다.

싸워도 함께 싸우고 이겨도 함께 이겨야 하고 져도 함께 싸워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칫 마음이 바쁘다 보면 활동가 위주로 투쟁을 전개하기 쉽다. 하지만 활동가들만의 치열한 투쟁으로는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한․칠레 FTA의 투쟁에서 깨달았다. 농민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투쟁은 커다란 파고를 만들 수 없다. 우리는 농민들을 대신해서 싸워줄 수도 없고 대표해서 싸워 줄 수도 없다. 농민들이 함께 나서고 함께 싸우는 투쟁을 만들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쌀 개방의 정부방침을 정부가 강행한다고 해서 쌀 개방 반대투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농민운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농민들과 함께 싸우고 느끼고 패배하더라도 함께해야한다. 그래야 우리 농민과 농민운동에 미래가 있다.
더 많은 농민에게 식량주권의 원칙을 깨닫게 하는 일, 더 많은 농민들이 식량주권 투쟁에 나서게 하는 일 , 더 많은 국민에게 식량이 주권임을 알리는 일 , 이것은 활동가들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 많은 농민대중들이 투쟁의 주인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 ‘농민과 더불어’의 원칙에 맞지 않은 몇 가지 모습들

물고기가 물에서 놀아야 하듯 농민운동은 농민 대중 속에서 힘과 지혜를 얻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농민대중의 힘을 믿고 싸워야지 다른 어떠한 것에 기댈 곳이 없다. 철저히 농민의 힘을 발동하고 조직하는 것이 우리 농민운동의 본성인 것이다. 그런데 농민의 힘을 믿지 못하고 중심을 두지 못하면 농민과 더불어 싸우지 못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편향을 갖게 된다.

1. 첫번째 편향- 패배주의를 갖게 된다.

우리가 싸우기는 하지만 결국 질 것이라는 생각을 미리하고, 질 경우 그나마 현실적인 몇 가지 요구를 따내는 것이 낫지 않느냐 하며 쌀 개방 반대 투쟁보다는 제도보완이나 보상투쟁 투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들도 우리가 그것을 요구한다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농민들이 따낼 만큼 힘을 갖추어야만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 농민들은 부분적인 보상이나 대책으로 우리 농업이 회생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동안 쌀값보상 투쟁을 진행하면서도 쌀 개방 반대투쟁에 중심을 두지 않으면 부분적으로 인상된 쌀값도 결국에는 쌀 개방에 의해 물거품이 된다는 교훈을 잘 알고 있다.

패배주의는 희망의 상실에서 생기는 감정이다. 우리 농민운동이 숱한 패배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패배주의는 아니다. 패배주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의 의지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상황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희망을 얻고 또 사람에게서 절망하는 것이다. 투쟁하는 사람, 의지를 꺾지 않는 사람을 통해 우리는 미래와 희망을 보는 것이다.
농민운동 또한 투쟁과 시련의 과정에서 역사적인 교훈을 얻으며 묵묵히 성장해 왔다. 역사 발전이란 물질의 발전이 아니라 인식의 발전인 것이며 농민운동은 역사발전의 길을 가고 있다.
또 ,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희망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사람으로 인해 우리 농민들도 일어 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활동이야말로 절망하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고통스러울 때 힘이 된 사람이 가장 깊게 남는 것처럼 우리가 마을에서 농민들에게 밝은 빛이 되고 희망이 되어야 할 때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것이다.

농민들을 일깨우고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지, 농민들에게 돈 몇 푼 더 쥐어주는 것은 농민들이 자각하고 사회변혁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은 아닐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힘이 있다. 우리 농민들이 한결같이 일어나서 식량주권을 침해하는 쌀 개방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일제가 주권을 침해한 것에 독립운동을 하듯 사명감을 갖고 싸운다면 우리 4백만 독립군을 누가 감히 막을 수 있겠는가. 결국 문제는 우리 활동가들에게 있다.

“농민운동 활동가들이 농민대중들에게 그만한 자각을 주었는가?”

2. 두번째 편향- 냉소주의를 갖게 된다.

냉소주의는 어차피 농민들만의 힘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며 방관하는 자세다. ‘자주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서는 쌀 개방은 막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하고 ‘결국 농민들이 궐기하고 나서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본다.
미국과 맞서고 사대매국정권과 맞서 쌀 개방을 지키는 일이 우리 농민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치열하게 투쟁하지 않고서는 자주적 정부를 수립하는 일도 정권을 바꾸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무엇보다 분명하지 않은가.

우리는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절대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농민과 함께하지 못하면서 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다. 절박한 생존의 처지가 같은 농민대중을 궐기시키지 못하면서 외부 요인과 다른 국민이 궐기하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4천만 국민 중에서 농민대중들만큼 쌀 개방 반대에 절실한 사람이 따로 있을까. 아니면 마을마다 농민투표에 참여하고 9월10일 대회에 참여해준 농민들보다 실천적인 국민이 따로 있을까. 농민과 국민을 분리해서 사고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국민을 얻는다는 것은 농민을 얻는 기본이 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권력쟁취와 연대전선의 구축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농민이 중심에 두고 강고한 단결 투쟁을 실현할 때 그동안 마련해온 국민운동본부의 힘이 함께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투쟁전선도 만들 수 있고 권력도 바꾸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농민 대중 속으로 들어가 농민을 일으켜 세우는 길이 근본 문제이며 희망의 문을 여는 열쇠다.

3. 세번째 편향 - 바쁜 마음에 활동가만의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쟁의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농민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전술을 중심에 놓고 활동가들의 선도투쟁과 헌신적인 투쟁들이 배치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자칫 한․칠레 FTA처럼 절박성만 앞세우다 활동가들만의 투쟁에 머물러서는 우리는 승리할 수 없다. 치열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만의 투쟁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활동가들만 투쟁하면 대다수 농민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농민들은 방관자로 대상화되고 패배주의도 넓게 퍼져가는 것이다. ‘결국 싸워도 안 되는 구나’ 하며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겨도 져도 농민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이길 수가 있다. 시간은 없고 갈 길은 바쁘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다. 이겨도 제대로 이기고 져도 제대로 싸우는 원칙에 맞게 싸우자.


◆ ‘농민대중의 역할을 높이는 원칙’ 이 세 번째 쌀투쟁의 원칙이다

농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있어도 참여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마음이 아무리 있은들 무슨 소용인가?
지난 농민투표에서도 9월10일 대회에서도 장을 마련하면 농민들이 대중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는 일은 가능하다. 따라서 쌀 투쟁에 있어서도 장을 마련하고 길을 열어주고 함께 하자고 해야 비로소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모두 나설 수 있게 하기 위해 지난 3년간 대중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이제 그 결실을 맺는 단계이며 대중투쟁의 장을 열어야 한다.
우리는 대중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여야 한다.
우리 4백만 농민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할 것인가?
우리가 농민들에게 요구하는 그것이 우리 투쟁의 전술로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11월 13일 서울로 가는 투쟁을 전개하였다. 버스에 몸만 실으며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농민투표는 마을에서 투표에 참여하는 실천을 하는 것이었고 9월 10일 대회는 구체적으로 자기 지역에서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농민들의 역할을 구경꾼에서 투쟁의 주인으로 차츰 높여가는 노력을 하여왔으며 현재에는 보다 높은 요구를 농민들에 하여야 하고 농민들은 그것을 감당함으로서 한 걸음 더 나가게 되는 것이다.

더 많은 농민들이 더욱 높은 요구를 감당하기위해선 활동가들의 노력이 그만큼 많아야 되고 농민들에게 할 일을 자세히 알려주는 마을교육이나 선전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지난 기간동안 우리 활동가들이 땀 흘린 노력이 어디 사라진 것이 아니고 농민들 심장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11월 13일 대회가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농민투쟁의 시작으로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막 농번기를 마쳤다. 농번기 동안 수확하느라 활동을 못했고 농민들을 만나지 못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쌀 개방 반대 의지와 마음이 어디 간 것이 아니라 농번기로 인하여 활동이 없고 우리 활동가가 농민들의 활동을 확인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이제 겨울이 오면 마을회관 마다 농민들이 모여 쌀 개방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수매장 마다 쌀 개방을 어찌할까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그때 농민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무엇을 요청할 것인가.

이번 11월 13일 대회는 시의적으로 매우 적절하지만 마을마다 다니며 모든 농민을 투쟁에 궐기시키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따른다. 자칫 11월13일 대회를 끝내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방황한다면 그야말로 전농의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이후계획이 분명하지 않은 현재투쟁은 방황하기 마련이다. 그런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12월의 투쟁을 지금부터 함께 준비해 들어가며 다시 투쟁의 농번기를 맞아 마을마다 다니며 농민들에게 요청하고자 한다.
마을마다 농민들에게 우리가 분명하게 요청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농민들은 묻는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냐?”
“농민여러분 모두 나서야 합니다”
“12월 모일 모시에 모여 주십시오”
“우리 농민의 힘을 보여 줍시다”

▶ 모든 농민들이 총 궐기할 수 있는 큰 그릇을 마련하는 것
▶ 식량주권 사수투쟁의 정당성으로 무장하고
개방논리에 사상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
▶ 농민들이 단순한 참여에서 투쟁의 주인으로 서도록 그 역할을 높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활동가들의 할 일이다.


○ 정부의 일정추이 예상

정부는 11월말까지 모든 의견수렴을 끝내고 12월초에 WTO에 통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싸운다면 정부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국회에 농민들에 대한 소득보전 방안이 제시되려면 국회의 일정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국회비준이든 아니면 국회동의든 절차가 있어 12월초에 바로 WTO에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가 투쟁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무사통과하고 WTO에 보낸다한들 우리 농민의 식량주권 사수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고 우리 농민들의 힘을 결집해야만 이후 투쟁과 대책을 세울 수 있기에 우리의 대중적이고 강고한 투쟁이 꼭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얻고자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쌀개방 반대투쟁을 통하여 식량이 주권을 확보한다라는 확고한 국민적 인식을 얻어내는 데 있다면 투쟁은 상황에 따라 가라앉는 것이 아니고 더욱 가속되어야 한다. 식량주권을 잃게 된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이제 식량주권을 잃으면 회복하는 투쟁으로 그 강도를 높여가게 되는 것이다.

○ 12월 중 4백만 농민의 총궐기를 실현하자

지역에 따라 쌀개방 반대 투쟁의 높은 결의를 보이고 있다. 단식농성에 상경하여 수매가마를 적재하고 도청앞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RPC를 막자는 곳도 있고, 농기계 시위를 하자는 곳도 있고 , 고속도로를 막자는 곳도 있다. 어떤 형태이건 우리 농민이 대중적으로 궐기하고 사력을 대해 투쟁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대중적으로 궐기하여 보다 높은 역할을 농민들이 감당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농민들이 대중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에게 구체적인 날짜를 잡는 일이 중요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전농차원의 총파업․총궐기의 날이 상정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마을에 농민들에게 무엇을 얘기할 때 ‘쌀 개방 반대하자’등의 원칙적인 얘기만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긴급한 투쟁에 많은 대중을 동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농민들과 대중적으로 투쟁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런 대중적인 그릇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또한 나름대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투쟁의 날을 잡는 결정을 뒤로 미룰수록 대중적인 투쟁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서둘러 날을 잡는 것이 더 많은 농민의 참여를 보장하게 되는 방법이다.

○ 대중 집회 말고도 우리가 대중적으로 싸울 방법은 많다.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면 무엇이든 대중투쟁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우리 농민들과 함께 의논해서 보다 높은 역할을 스스로 감당하도록 투쟁전술도 집회에만 매달리는 방법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보자. 우리 활동가들의 마음과 농민들이 한 마음이 된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보자. 10년 전 쌀 개방 발표가 나자 그 당시 민주당은 ‘국민투표 실시’를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론으로 결정하고 장외투쟁을 전개하였으며 전농은 일 주일간의 기간을 정하여 농기계 반납투쟁과 수매가 보장 투쟁을 전개하였다.

10년 전 우리 전농의 역량은 지금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영웅적 투쟁은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1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전농은 새롭게 성장한 조직력과 대중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10년 전에 비하면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농민대중들에게 단순한 참여 이상의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농민의 역할을 높이는 일이며 전농이 얼마나 농민대중들의 구미에 맞는 창조적인 투쟁을 벌려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전농의 투쟁이 새로운 전농의 역사가 되게 하자.

상황은 어렵고 시련은 닥쳐오고 있다. 하지만 원칙에 입각해서 투쟁한다면 승리는 우리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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