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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https://news.v.daum.net/v/20200920181806434?fbclid=IwAR1RYaa0mplaUVRmacLsrVcX-Sm7i3LR5-ziDT_KEMpkawZHxISxIG0A5kY



경매제의 배신..'35년 독점' 가락시장 청과회사 高배당잔치



중앙·서울·동화·한국·대아청과 5개 민간 도매법인이 경매 독과점 작년 순익 180억 중 144억 배당 유통개선보다 주주 배불리기 논란 서울시公 "산지·소매상 직접 연결 시장도매인제로 농민 선택권 줘야" 청과회사 "시장도매인제 도입땐 가격결정과정 되레 불투명" 반대 역대 농식품부장관 누구도 손 안대 전문가들 "도매법인 지정취소 등 경쟁체제 도입 본격 검토를" 제안
농업에서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유통이다. 농민이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이 농산물을 최종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도매 유통이다. 우리나라 농산물(채소와 과일 등 청과물) 도매 유통은 공영도매시장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가락도매시장이 있다. 공영도매시장 체제 도입은 정부가 유통 근대화를 내세우며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공포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 농안법에 따라 8년에 걸친 준비 끝에 가락도매시장이 준공된 것이 1985년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농산물 도매시장 기능을 하는 곳이 무려 20여 곳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이 무질서하게 유통됐다.

지금은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전국에 32개소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54%가 이 공영도매시장을 거친다. 그리고 공영도매시장 거래 물량의 34%를 가락도매시장이 맡고 있다. 압도적인 비중이다.

가락도매시장으로 올라온 농산물은 대부분 경매를 통해 거래된다. 흔히 방송에서 보던 장면 그대로다. 경매사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흥얼거리면서 경매를 진행한다. 예전에는 응찰자들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지금은 전자식 경매로 바뀌었다. 응찰자는 손에 쥔 단말기에 가격을 입력한다. 이 정보가 경매사 단말기로 모인다. 경매사는 순식간에 이 숫자들을 확인한 뒤 낙찰자를 결정한다. 추석 연휴 등 공식 휴장일을 제외하고 가락도매시장이 문을 닫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집 근처 어디에서나 신선한 농산물을 아무 때고 살 수 있는 것은 가락도매시장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가락도매시장이 수상하다. 겉으로는 평소처럼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다. 가락도매시장의 모습을 지금 그대로 지키려는 측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측 간의 기싸움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16만평 가락시장 움직이는 3대 주체

가락도매시장에서 벌어지는 기싸움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곳을 움직이는 핵심 주체 3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도매시장법인이다. 중앙청과 서울청과 동화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등 5곳의 민간회사와 농협공판장이 그들이다. 시장에서는 5개 민간 도매시장법인을 쉽게 '청과회사'라고 칭한다. 이들의 지위는 농안법에 규정돼 있다. 1994년 대아청과가 특수한 배경으로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가락도매시장 개설 이후 지금까지 더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경매사들이 바로 이들 청과회사 직원이다. 청과회사당 대략 30~40명의 경매사를 두고 있다.

두 번째로 중도매인이 있다. 중도매인은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들이다. 이들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농산물을 소비시장으로 유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중도매인을 편히 도매상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좀 다르다. 도매상은 통상 산지 농민들과 거래를 해야 하지만 중도매인은 산지 접촉 불가다. 오로지 청과회사가 진행하는 경매를 통해서만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매인은 자신이 거래하는 청과법인이 정해져 있다. 예컨대 중앙청과와 거래하는 과일 중도매인은 120여 곳에 달한다.

가락도매시장을 통한 농산물 거래를 가장 단순화하면 산지→청과회사→중도매인→소매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유통 과정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가락도매시장을 관리하는 곳이 바로 세 번째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다. 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가락도매시장의 법적 개설자이자 운영사다. 용지 면적 54만㎡(16만3000평), 건축면적 28만㎡(8만4700평)에 달하는 가락도매시장은 종사자가 1만3000명, 드나드는 차량이 하루 4만8000대에 달한다. 대략 300명에 달하는 공사 직원들이 없으면 가락도매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매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공사

그런데 가락도매시장 거래의 근간인 경매 제도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경매제에 문제가 많으니 개선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청과회사들은 이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경매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

공사 측이 제기하는 경매제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과거에는 경매가 생산자(농민)들이 더 높은 가격을 받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지금처럼 만성적인 농산물 공급과잉의 시대에는 경매가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릴 때가 많다는 주장이다. 둘째, 경매로 인해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셋째, 경매 거래는 물류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농산물이 반드시 도매시장을 거쳐야 하는 데다 도매시장에 도착해서도 중도매인을 거쳐 소매상으로 가기 때문에 물류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또한 농산물이 정해진 경매 시간까지 무조건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손실도 많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신선도 유지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매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시장도매인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공사 측은 주장한다. 시장도매인은 쉽게 말해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해 소매상에게 넘기는 역할을 하는 도매상을 말한다. 청과회사와 중도매인이 각각 하던 역할을 도매상 혼자 다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매제 아래에서 청과회사는 생산자에게 위탁받아 경매만 진행할 뿐 농산물을 소매시장으로 유통시킬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중도매인은 산지와 직접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공사 측은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하면 경매의 단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공사 관계자는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하면 유통 단계를 줄여 거래 시간과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 상황에 따라 반입 물량을 생산자와 사전 협의하는 게 가능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자가 경매 이외에 시장도매인을 통해 거래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하자 선택권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중앙도매시장도 경매제 위주로 운영되다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 이후 전체 거래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에서 15% 선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청과회사는 시장도매인제 결사 반대

그러나 청과회사들은 경매제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데다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경매제의 단점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장도매인제로 인해 물류 단계가 축소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투명성이 떨어져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청과회사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제는 물류 단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청과회사와 중도매인이 각각 하던 물류를 한곳에서 둘 다 하는 것이어서 물류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매는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만 시장도매인이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과회사는 경매 가격을 올려야 자신들 매출도 늘어나는 만큼 생산자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청과회사는 경매 금액의 일정 비율(가락도매시장은 4%)로 받는 위탁수수료가 바로 매출이다. 이에 비해 시장도매인은 소매상으로의 판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 때 출하자 입장만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중에도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반대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시장도매인제가 경매에 비해 가격 안정 기능을 발휘하려면 생산자, 즉 농민에게 가격 협상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산지가 규모화돼 있지 못해 시장도매인에 비해 협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거래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더라도 공사 측 주장처럼 출하자 선택권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과회사 고수익·고배당 논란

그런데 경매제를 통한 최대 수혜자는 농민이나 소비자가 아니라 청과회사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과회사들이 가락도매시장 개설 이후 35년째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과도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청과회사 5곳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296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4.7%에 달했다. 2018년엔 평균 매출액이 322억원, 영업이익 61억원으로 이익률이 18.8%로 더 높았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35년간 특정 청과회사를 통해서만 경매가 이뤄지도록 법에서 독과점을 허용한 것은 완벽한 진입장벽을 세워 고수익을 보장해준 것"이라며 "농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위탁수수료 인하 경쟁 같은 것이 벌어질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청과회사는 높은 수익률 덕분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보니 최대주주가 수시로 바뀐다. 동화청과 주인은 2010년 동부한농, 2015년 칸서스네오, 2016년 서울랜드에 이어 작년에 신라교역으로 변경됐다. 신라교역이 동화청과를 인수한 가격은 771억원이었다. 대아청과 주인도 지난해 개인주주에서 호반건설·호반프라퍼티로 바뀌었다. 인수 가격은 564억원이었다. 가락도매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청과회사들이 머니게임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 중앙청과는 태평양개발과 서영배 회장이 2008년 경남기업으로부터 사들였고,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가 2005년 개인주주로부터 인수했다. 그나마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1985년 이후 최대주주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들 5개 청과회사 최대주주의 공통점은 모두 농업과 관련 없는 '현금 부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청과회사들은 이익금을 유통 효율화 등 농업 발전이 아닌 최대주주 배불리기에만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5개 청과회사들은 전체 순이익 178억원 중 81%에 달하는 144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2018년에도 전체 순이익 152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69억원이 배당에 쓰였다.

가락도매시장 운영 틀 고민할 시점

가락도매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청과회사들의 고수익·고배당, 그리고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관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가락도매시장은 1970년대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 유통의 무질서가 극에 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만들어졌다. 이때 만들어진 가락도매시장 운영 방식이 유통 환경이 크게 달라진 지금까지 35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청과회사들의 고수익·고배당도 이들 법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들은 주어진 제도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성과를 내는 민간기업일 뿐이다. 민간기업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다. 한 청과회사 고위 관계자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적기에 적가로 경매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직원들 노력은 다른 민간기업들 못지 않다"고 말했다. 잘못이 있다면 이들이 독과점적 '지대(rent)'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법과 제도를 방관하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 당국일 가능성이 높다.

학계 원로인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의 호소가 가슴에 와닿는다. "가락도매시장 거래 물량이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대형 할인점 직거래와 온라인 마켓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이런 추세는 더 빨라질 겁니다. 경매만이 최선인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소농을 보호하려면 당연히 경매제가 유지돼야 하지만 점차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계약재배를 늘려 가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러자면 산지와 소매상을 연결하는 도매상을 키워야 하는 건 시대적 흐름입니다. 유럽에서는 경매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마침 가락시장 현대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언택트 시대'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도록 가락도매시장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부는 가락도매시장 변화 요구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제의 경우 두 차례 연구용역을 실시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입증되지 못했다"며 "시장 주체들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과회사 고수익 논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상법상 회사가 이익을 많이 올린다고 제재할 수는 없다"며 "다만 공익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평가제도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도매시장법인에 대해 △재평가·취소제 강화 △추가 공모제 △최대주주에 대한 자격 요건 신설 △배당 한도 제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김윤두 교수는 "기본적으로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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